미용실 이야기(25)

                                                                       유머
 
                                                              미용실 이야기(25)
 
                                                                두룡거사작 ⓒ
 
— 동네 미용실에 젊은 여자 몇 명이 모여 앉아 수다들을 떨고 있다.
 
여자 A ; (여자 B한테)얘,우리 아들이 어저께 너희 집에 갔다오더니 흉을 그렇게 보더라.
 
여자 B ; 뭐?고 어린 녀석이 무슨 뒷담화래?
 
여자 A ; 너희 집이 하도 더워서 화상 입는 줄 알았댄다.요즘 전력난이니 뭐니 난리를 치는데 그렇게 개념 없이
            에너지를 낭비해서 되겠냐?
 
여자 B ; 나 참!전력난의 원인이나 알고 그런 소릴 하는 거야?아무튼 원인이야 어쨌든 에너지를 낭비하면
            안 된다는 건 나도 동감이야.그치만 내가 뭐,맨날 그렇게 집안을 과열시키는 건 아니라구!과열시키는
            시기가 따로 있다구!
 
여자 A ; 과열시키는 시기가 따로 있다구?남편이 출장 갔을 때?허구한 날 해 준다는 네 남편이 없는 날은 네 몸이
            뜨거워질 일이 없으니까 보일러로 뜨겁게 하는 거냐?
 
여자 B ; 어유,말하는 본새하구는!그게 아니고 동네 여편네들하고 찜질방 같이 가기로 날짜를 잡으면 3일 전부터
            집안 온도를 최고로 올리는 거라구.그냥 뜨뜻미지근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후끈후끈한 찜질방 불가마에
            들어가면 충격이 엄청날 거 아냐?그래서 그 충격을 덜 받으려고 집안을 뜨겁게 하는 거라구.
 
여자 A ; 에그!참 잘하는 유비무환이다!(박장대소하는 여자 C한테)너도 웃고만 있을 때가 아냐!내가 요새 3일
            연속저녁 무렵에 너희 집앞을 지나갔는데 3일 연속 듣도 보도 못한 음식 배달원들이 너희 집으로
            들어가더라.음식을 시켜 먹는 것도 어쩌다 한 번이지,내 눈으로 본 것만도 3일 연속인데 내 상식으론
            이해가 안 된다.전업주부가 그래서 되겠냐?
 
여자 C ; 오지랖 넓기는!왜,바야흐로 여성 상위 시댄데 아직도 남편을 배 위로 올리냐구는 참견 안 하냐? 그래,
            내가 3일,아니 정확하게 5일 연속으로 비싸고 별난 음식만 이것저것 시켜 먹었다!하지만 그게 다 이유가
            있어서 시켜 먹은 거라구!
 
여자 A ; 설마 불황의 늪에 빠져있는 요식업계를 도와주려는 마음으로 그랬던 건 아니겠지?
 
여자 C ; 그건 아니고…내일 남편 회사에서 가족 동반으로 고급 뷔페 모임이 있는데 나나 애들이나 그 뷔페에
            갔다가 집에서는 구경도 못해 본 화려하고 비싼 산해진미들을 보고 당황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그 뷔페
            음식에 준하는 음식들을 어느 정도는 맛을 봐야 돼잖아?
 
여자 A ; 그것도 말이라고 하는 거냐?잔칫날 잘 먹으려고 사흘 굶는다는 말은 들어 봤어도 뷔페 가서 놀라지
            않으려고 미리 먹어 본다는 말은 첨 듣겠네!(박장대소하는 여자 D한테)정말 웃기는 건 너야!
 
여자 D ; (흠칫 놀라며)왜,왜 그래?너…내가 외간남자랑 데이트하는 걸 보고 그걸 트집잡으려는 건 아니겠지?
 
여자 A ; 내가 왜 너 바람피우는 걸 트집잡겠냐?그건 네 자유고 네 책임인데!너도 기억하지?나한테 두 번이나
            걸린 걸?그것도 각각 다른 남자랑!
 
여자 D ; 체,트집 안 잡는다면서 두 번 걸렸네,다른 남자네 하고 비아냥거리는 건 또 뭐래?
 
여자 A ; 트집잡으려는 게 아니고 내가 하도 궁금해서 그런다.
 
여자 D ; 뭐가 궁금한 건데?남이야 두 남자 아니라 열 남자하고 바람을 피우든 말든!
 
여자 A ; 내가 궁금한 건 왜곰같이 튼튼한 네 남편을 놔두고 그렇게 비실비실한 남자들하고 바람을 피우냐는
            거야!응,한 남자는 시장에서 별로 무겁지도 않은 물건을 들고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질 않나,
            한 남자는 그깟 보슬보슬 내리는 가을비가 뭐가 춥다고 두툼한 겨울 점퍼를 껴입고 나오질 않나…
 
여자 D ; 아주 자세히도 봤네!근데 이건 모를 걸?내가 일부러 비실비실한 남자들만 골라서 바람을 피운다는 건!
 
여자 A ; 이거야 원!내가 아직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별 희한한 소릴 다 들어 본다?아,기왕이면 다홍치마라구
            건장한 남자하고 연애하는 게 좋지,허약한 남자하고 연애하는 게 좋냐?
 
여자 D ; 나야말로 우리 남편하고 이혼 안 하고 오래오래 같이 살려고 그러는 거라구!
 
일동 ; (이구동성으로)뭐라구?
 
여자 D ; 내 얘길 잘 들어 보라구!우리 남편이 지금은 항우장사지만 천년만년 항우장사라는 법이 있니?우리
            남편도 어느 날 갑자기 허약해질 수 있는 거 아니니?그러니까 평소에 미리미리 허약한 남자들하고
            잠자리를 두루두루 익혀 두면 나중에 그 기막힌 상황에 닥쳤을 때 적응이 안 돼 울고불고하면서 남편을
            원망하고 심각하게 고민할 일은 없을 거 아니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