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리의 아이디어

                                                                       콩트 
                                                               주리의 아이디어 
                                                                두룡거사 작 ⓒ 
주리가 회사(?)에 취직해서 근무한 지가 벌써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말이 회사이지,사실은 무시무시한”조폭”사무실이었다. 
주리는 진즉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특별히 힘들게 하는 일도 없이 하루도 안 밀리고 꼬박꼬박 나오는월급을 타먹는 맛에 그만두기도 쉽지가 않았다. 
식당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이고 집창촌 개 3년이면 자동(?)으로 다리를 벌릴 줄 안다고 조폭 사무실 근무3년을 채운 주리는 어느새 조폭 세계를 옹호까지는 안 해도 미운 정(?)같은 게 들어서 교도소에 들락거리는회사원(?)들의 소식을 접할 때에는 가슴 한 구석이 몹시 아렸다. 
그런데 요즘 들어 사장(?)의 낯빛이 유난히 어두웠다.평소의 차분하고 근엄한(?)표정과는 또 다른 모습의 우수에 잔뜩 잠긴 얼굴이었다. 
주리는 내심 애사심(?)을 발휘하여 사장한테 넌지시 물어보았다.”사장님,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세요?”사장은 한참을 뜸들이더니,”미스 함,내가 미스 함을 믿고 얘기하는데…”하는 것이었다. 
자신을 믿는다는 사장의 말에 주리는 한껏 고무되어 귀를 쫑긋 세웠다.”내가 말야,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청부 살인을 의뢰받았는데 거절하기도 곤란하고 고민이야…우리 회사가과격한 업무를 많이 진행했지만 살인 같은 건 한 번도 안 했거든…미스 함,부득이 살인을 하게 되더라도안 잡혀가는 방법이 없을까?에이,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미스 함,내 얘기는 없었던 걸로 하고 오늘은일찍 퇴근하라구…” 
주리는 집에 와서 잠을 못 잤다.자기가 모시고 있는 사장이 저렇게 깊은 고뇌에 빠져있는데 나 몰라라 하고 단잠을 청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주리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살인을 해도 안 잡혀가는 방법”을 연구했다.유사시에 한번 써먹으려고 나라에서 월급 주고 입혀 주고 먹여 주고 재워 준다는 군인처럼 주리는 과분하게받는 월급값을 한번은 제대로 해야겠다는 비장한 각오까지 하면서 회심의 아이디어를 마침내 떠올렸다. 
주리는 출근하자마자 사장과 독대를 했다. “사장님,제가 살인을 해도 안 잡혀가는 좋은 아이디어를 생각했는데요…””오,미스 함이 제법인데?그래,그게 뭔데?””네,폭력,무기…그런 거 일체 필요 없다니까요…우선 남을 끝내주게 잘 웃기는 소질이 있는 사람을 뽑으세요.우리 회사원 중에 없으면 외부에서라도 고용하세요.그렇지만 얼굴이 알려진 프로 개그맨은 혹시라도 골치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안 되고 얼굴이 안 알려진 아마추어 개그맨을 뽑으셔야 돼요.아마추어 개그맨중에도 웃기는 실력이 프로 개그맨 못지않은 사람이 꽤 많아요””도대체 무슨 소리야?””네,우리말에’배고파 죽겠어’,’분해 죽겠어’,’웃겨 죽겠어’라는 말이 있잖아요?이 말은 다시 말해서 배고파죽을 수도 있고 분해서 죽을 수도 있고 웃겨서 죽을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요””그러니까 웃겨서 죽이라는 거야?””바로 그거죠!대한민국 건국 이래 웃겨서 죽인 걸 살인으로 간주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잖아요!” 
                                                                                                                                   (끝)